김민철(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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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조선군 참모부에서 직접 작성한 <조선사상운동개관(황)>은 이 시기 민족해방운동에 대한 군의 체계적인 정보수집 자료 자체가 그다지 많지 않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조선군 참모장 加藤鈴平이 육군차관 阿南惟幾에게 1년에 두 번 정기적으로 보고한 이들 문서는 전반기엔 2월 28일, 후반기엔 8월 31일에 각각 작성되었다. 본 자료집에 수록된 1936년도 전반기, 1938년도 후반기, 1938년도 전반기?후반기, 1940년도 전반기 <조선사상운동개관(황)>이 현재까지 확인된 자료들이다. 이들 문서는 크게 공산주의운동과 민족주의운동, 노동?농민운동, 학생 및 청년운동, 정치운동, 반군운동, 종교와 유사단체 등의 순서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운동의 개관과 더불어 풍부한 사례를 다루고 있어 전시체제기 민족해방운동의 실태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길잡이 역할을 한다.
이 중 정치운동은 주로 일제의 침략전쟁을 선전하고 전시체제에 협력하는 친일단체의 조직과 활동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소화11년 전반기 조선사상운동개관’ 가운데 ‘7. 일본국가에 대한 관념’과 ‘8. 조선통치에 대한 관념’이라는 항목이 눈에 띠는데, 이 항목은 다른 보고서에선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소화15년 전반기 조선사상운동개황’을 분석할 때는 일본내의 사상운동을 조사?분석한 東部軍司令部의 ‘소화15년 전반기 사상정세’(육해군성문서 수록)을 같이 참고하는 것도 당시의 정세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경성보호관찰소에서 1941년에 간행한 <보호관찰제도의 개요>는 전시체제기의 이른바 ‘사상범’ 통제정책과 제도를 연구하는데 자주 이용되고 있으며, 자세한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잘 알려져 있는 기본서에 해당한다. <조선사법보호> 역시 사상범 통제정책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조선총독부는 1941년 9월 13일 ‘사법보호기념일’을 맞아 조선사법보호협회를 결성하여, 대화숙을 비롯한 33개 단체를 통합하는 중앙통제기관으로서 역할을 맡겼다. 조선사법보호협회에서 월간으로 발행한 기관지 <조선사법보호>는 현재 서울대도서관과 국립중앙도서관에 창간호와 2호만 소장되어 있다.

제4권은 경찰의 일반행정에 관한 자료와 노동력의 강제동원과 관련한 일본 경찰의 문서로 구성하였다. 전라남도경찰부에서 발행한 <소화13년 경무요람>은 지방 단위의 경찰 상황을 조사한 자료이다. 전국을 대상으로 한 <조선경찰개요>의 항목과 비교해 볼 때 전체 구성에서 큰 차이는 없으나 郡과 面 단위의 통계를 접할 수 있다. 이 자료 가운데 특기할 만한 사항은 전남 지방의 1937년도 조선인 순사 채용 상황이다. 수험인원 747명 중 합격자는 40명으로 18.5대 1의 경쟁률을 띠고 있어 당시의 취직난을 간접적으로 볼 수 있다. 또한 경찰이 기부금품 모집을 허가해 준 항목 중 국방헌금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보통학교 건축과 신사 조영, 경찰관 주재소 건축비 모금 등이 있는 조사도 눈에 띤다.
<조선총독부경찰관강습소 개요>는 경찰관의 교육을 담당하는 조선총독부경찰관강습소의 제도와 교육내용 등을 소개한 자료이다. 교과 과목은 강습과(간부)와 교습과(초임순사)의 구분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강습과의 경우 이론적인 내용들을 많이 강의하는데, 그 가운데 특히 식민정책이라는 과목이 있는 것이 흥미롭다. 교습과의 과목은 대개 실무를 위주로 배정되었다.
<최근에 있어 在支 不逞 朝鮮人의 책동상황에 관한 건>은 1942년 3월 31일 내무성 경보국 보안과에서 각 廳府縣의 特高課長과 경시청 內鮮課長에게 보낸 극비문서이다. 부속 문서 가운데 ‘2. 내무성 경보국 조선 파견원 사무소 개설에 관한 건(경보국장→경시총감?각청부현장관, 1941.2.10)’은 1939년 9월부터 노무동원계획에 기초하여 모집을 통해 일본의 노동력 부족을 보충하고자 경보국 사무소를 조선내에 두어 연락사무를 담당하게 한다는 내용이다. ‘5. 조선인 노무자 이주 촉진에 관한 긴급조치에 관한 건(보안과장→경시청특고부장?각청부현경찰부장, 1941.2.25)’은 주로 석탄산업과 금속산업으로 南鮮지방의 노동력이 공출되어 이 지방의 농업임금이 앙등하는 등 문제가 발생하자 西鮮과 北鮮지방에서 노동력을 보충하는 한편, 연고도항을 통한 집단모집과 계약만료자의 경신 등으로 문제를 해결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7. 노무동원 계획 실시에 따른 소위 연고에 의한 조선인 노동자의 이주 취급에 관한 건(보안과장→경시청특고부장?각부현경찰부장, 1941.2.25)’에는 1941년도 노무동원계획을 실시하기 전까지 잠정조치로 조선인 노동자를 이주할 계획을 세운 문서와 1941년도 노무동원계획에 의해 각 도부현별로 할당된 조선인 연고도항자의 수와 조정된 수가 기록된 문서가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10. 모집에 의한 이주조선인 노동자의 일시 귀선(歸鮮) 취급에 관한 건(경보국장→조선총독부 경무국장, 1941.6.9)’에는 연고도항에 따른 조선인 노동자의 이주계획에 관한 건이 앞의 문서와 중복되어 있어 일부를 삭제했음을 밝혀둔다.

제5권, 6권, 7권은 모두 경제경찰에 관한 자료이다.
1937년 7월 중일전쟁을 일으킨 일본은 본격적인 전시체제로 돌입하기 위해 제72회 임시제국의회에서 다수의 전시입법을 제정함과 더불어 수출입품등임시조치법 등을 실시하여 통제경제체제를 확립하였다. 이후 각종 통제법령이 만들어지게 되자 기존의 경찰기구만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1938년 11월 경제경찰제도를 창설하게 된다. 이처럼 식민지 조선에서도 통제경제체제가 강화되기 시작하자 이에 대한 반발도 증대되었다. 이른바 경제사범의 증가가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따라서 전시체제기 경찰의 주요업무 가운데 하나로 경제경찰이 차지하는 비중도 증대되었다. 본 자료집에 수록한 경제경찰 자료는 크게 경제경찰제도와 경제사범의 실태와 대책을 보고한 내용들이다.
<조선경제경찰개요>은 경무국 경제경찰과에서 1941년 4월에 발행한 자료로 “조선에서 경제경찰제도의 창설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경제경찰기구의 확충정비, 사무내용과 운영, 그리고 지도?취체의 상황 등을 기술하고, 그 개요를 밝히려는 목적으로 편찬한 것”이다. 1936년부터 1940년까지 각종 통계자료가 비교적 상세하게 정리되어 있다.
<경제정보>는 법무국 형사과에서 작성한 것으로 조선총독부에서 개최한 재판소와 검사국의 각 감독관사무타합회에 제출된 자료집이다. 제1집의 경우 1940년 4월 12일 경성?대전?함흥?평양?신의주?해주?대구?부산?광주?전주지방법원의 각 檢事正이 중일전쟁 이후부터 1940년 3월까지 관내의 경제사범 상황을 보고한 내용이다. 지금까지 확인된 <경제정보>는 앞의 1집과 제3집(1940.4～1940.9), 제5집(1940.10～1941.9), 제9집(1943.1～1943.6)이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에 1, 3, 5집이 소장되어 있고, 서울대도서관에 5, 9집이 소장되어 있다. 제1집과 제3집, 그리고 제3집과 제5집이 연이어서 보고되었기 때문에 2집과 4집 등이 자료집으로 정리된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경제경찰과 관련한 주요 문서로 경무국 경제경제경찰과에서 작성한 <경제치안일보>와 <경제치안주보>, 그리고 <정보주간전망>이 있다. <경제치안일보>는 1941년 12얼 19일 제1집을 시작으로 매일 보고하다가 1942년 3월 14일 제45집부터 <경제치안주보>로 바뀌어 현재 1942년 12월 19일 제85집까지 남아 있다. <정보주간전망> 역시 1941년과 42년의 기록으로 주간 단위의 보고서이다. 총독부 법무국으로 올라간 이들 자료가 현재 <경제치안일보철> <정보주간전망>이라는 책자로 묶여 정부기록보존소에 남아 있다. 변은진, 1998, <일제 전시파시즘기(1937～45) 조선민중의 현실인식과 저항>, 고려대학교 박사학위논문 79쪽.
이런 사정으로 볼 때 각 지방법원의 검사정이 작성한 <경제정보>는 경제경찰과에서 법무국으로 올라간 정기 보고서를 참조하여 종합적으로 정리한 자료라 생각된다.
<경제정보>의 각 자료집은 일본의 각종 통제경제정책과 이에 대한 조선인의 다양한 대응을 통계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잘 보여주고 있다. 즉 전시통제경제에 대한 민심의 동향을 이해하는데 반드시 검토해야 할 자료로서의 가치를 가진다. 또한 경제사범의 동향뿐만 아니라 지역별 경제사정도 엿볼 수 있어 전시체제기 조선인 중소자본가의 행동양식을 이해하는데도 간접적으로나마 도움이 된다.
각 자료집의 내용 가운데 특기할 만한 것 몇 가지만 소개하겠다.
우선 제1집에서는 각 검사정이 경제사범의 상황 개요를 1) 물자배급통제와 물가통제 위반 사건, 2) 산금령 및 외국위체관리법 위반 사건을 중심으로 보고하면서 경제사범 증가의 원인과 대책도 언급하고 있다. 1939년 말 이후 경제사범이 증가한 것에 대해 1939년 10월 재판소 검사국 감독관 회의에서 총독과 고등법원 검사장이 경제사범에 대한 단속방침을 온정주의에서 엄벌주의로 전환했기 때문이라고 모두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그 대책도 대동소이하다. 즉, 경찰?검찰기관의 충실과 증가한 경제경찰관에 대한 교양사업 실시, 횡적 연락을 긴밀하게 하여 발본색원적 검거 노력, 국민정신운동의 강화 등을 들고 있다. 이것은 결국 부족한 물자를 메울 수 있는 방법이 단속 강화와 정신 강화 외에 다른 길이 없음을 역설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