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세기의 절반은 일본제국주의의 식민지배하에 있었고, 이때 형성된 사회체제는 해방 이후의 사회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이에 대한 체계적인 정리나 연구는 아직 요원한 실정이다. 따라서 이번에 민족문제연구소에서 출간하는 《일제하 전시체제기 정책사료총서》는 일제의 식민지배정책과 사상, 구조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최초의 종합적인 보고서가 될 뿐만 아니라 한국학 연구의 발전에 핵심이 되는 역할을 할 것이다.

 

 그동안 일제강점기에 대한 학계의 연구는 눈부시게 진척되어 왔다. 그러나 유독 1930년대 후반 이후인 전시체제기는 여전히 연구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그 시대 한국사회의 전체상을 밝혀내고 해방 이후의 역사상까지 연결지어 파악하는 데에 많은 어려움을 주고 있다.

 《총서》의 간행작업은 이러한 연구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노력의 하나일 것이다. 특히 총독 관련 자료, 제국의회 설명자료를 비롯하여 총동원정책, 황민화정책, 강제동원정책, 경제정책 자료 등을 포괄적으로 수집 배치하여 가능한 한 전시체제기의 전체상을 조명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 이 《총서》의 장점이다. 양적, 질적으로 연구가 부족한 현재의 상황에서 《총서》가 연구자들의 자료욕구를 충분히 채워주는 데에는 미흡한 점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극비자료'류의 내부 자료와 기타 중요 간행물 자료를 포괄하고 있는 《총서》가 연구영역의 확장과 문제의식의 진전에 중요한 토대를 만드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으리라 믿는다.

 또한 이 《총서》는 大野綠一郞文書, 日本陸海軍省文書 등과 대한민국 정부기록보존소, 국립도서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도서관 등 국내외에 흩어져 있는 각종 자료들을 최대한 수집한 다음, 그 가운데 중에서도 식민정책의 핵심을 다룬 자료를 체계적으로 배치했다는 점에서 편집위원들의 노력이 돋보인다.

 얼마 전부터 일본 학계를 비롯하여 우리 학계의 일부에서도 , 특히 경제사 분야에서 이른바 식민지개발론 같은 것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일제시대의 정책사와 경제사 등에 대한 역사학적 시각에서의 연구가 부진했던 탓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총서》의 출간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 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