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철(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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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집에서는 대전의 사례가 특히 주목할 만하다. 보고서의 목차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관내의 전반적 경제정세의 개황
1) 물자수급상황
2) 배급통제상황
3) 사치품등제조판매제한규칙 실시에 따른 반향
4) 8월 5일 개정 폭리행위등취체규칙 실시가 가격표시에 미친 영향
5) 수송 澁滯 문제
6) 노임문제
7) 충청북도 내의 식량문제
8) 충청북도내의 생활필수품 암거래 일반
9) 시국에 따른 조선인의 경제적 진출에 관하여
① 예금상황
② 기타 방면에서의 경제적 진출 상황
2. 관내의 경제범죄 상황 보고서의 순서는 ‘9) 시국에 따른 조선인의 경제적 진출에 관하여’ 안에 ‘① 예금상황 ② 기타 방면에서의 경제적 진출 상황 ③ 관내의 경제범죄 상황’으로 되어 있으나 ‘관내의 경제범죄 상황’은 전체 구성상 상위 항목에 해당하기 때문에 ‘2. 관내의 경제범죄 상황’으로 해야 옳다. 보고자의 오류로 볼 수 있다.

보고서 내용 가운데 ‘5) 수송 澁滯 문제’는 대전이 경부선과 호남선의 교차지역으로 남부지방의 군수품 수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특성을 잘 반영하고 있는 항목이다. 그리고 ‘9) 시국에 따른 조선인의 경제적 진출에 관하여’는 매우 흥미를 끄는 항목이다. 전시체제기에 조선인 중소상공업자들의 활동이 위축되고 매우 소극적인 대응을 했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추론과는 달리 적극적으로 통제경제체제에 대응해 나간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 구체적인 사례로 중일전쟁 이후 한성은행 대전지점의 예금이 크게 증가한 사실을 들 수 있다. 즉 일본인의 경우 가입자 수는 40%, 금액은 3배, 조선인의 경우 가입자는 2배, 금액은 약 10배 정도 증가하였다. 그런데 이런 증가 원인에 대해 은행원은 “국책에 순응한 결과라고 보기엔 의문이다. 결국에는 자기 이익을 추구하고 국책을 무시한 결과가 아니겠는가”라고 진단하고 있다. 즉 조선인 상인의 국책관념에 문제가 있음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인 상인의 경제적 진출은 일본인이 주류였던 상점가나 주택가, 그리고 요식업에서 조선인 상인의 비중이 늘어난 점에서도 잘 나타난다. 총독부 당국자는 그 원인을 일본인 중견층의 노쇠와 패퇴, 조선인 자본력의 증대 등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대전지역에만 한정되는 특수한 사례가 아니었음은 9집에서도 알 수 있다. 제9집의 참고자료(2) 가운데 ‘조선에 있어서 경제통제 및 그 위반 상황에 대하여’라는 글은 1939년부터 1941년까지 일본인 중소상공업자의 감소와 조선인 중소상공업자의 약진을 잘 보여주고 있다. 단적인 예로 조선상공회의소의 회원수에서 조선인 회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1937년 4월의 5,840명에서 1941년 4월 14,468명으로 43%에서 58%로 늘어났다. 이처럼 일본인 중소상공업자가 줄어든 이유에 대해 식민지 당국자는 ‘조선인의 경제력 증대와 민족적 억압에 기인한 것’(185호, 18.5%) ‘통제경제의 강화에 따른 것’(731호, 73.2%)과 ‘경영주의 입소, 상이, 전사에 따른 것’(82호, 8.2%)으로 분석하고 있다. 여기서 ‘민족적 억압’이란 조선인 업자나 소비자 사이에 민족주의적 의식에서 ‘조선인은 조선인의 상점’에서 라는 기운이 커지고 있는 현상을 말하고 있다.
이처럼 중일전쟁 이후 조선인 중소상공업자의 경제적 활동이 예상과는 달리 매우 활발했음을 <경제정보>는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이 태평양전쟁 이후에도 지속될 수 있었을까는 질문에 대해선 여전히 부정적이다. 생산력의 절대적 빈곤과 군수 수송 체계의 파괴 등으로 인해 그 부담이 일본인 중소상공업자는 물론이고 식민지 중소상공업자에게로 고스란히 전가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 쇠퇴의 경향과 속도에는 차이가 있었으리라 추측된다. 향후의 연구과제일 것이다.
한편 청진지방법원의 보고에는 별책 ‘소화18년 6월 闇絶滅遵法懇談會 상황’이 첨부되어 있다. 당국자의 고압적인 요청사항이 주 내용을 이루곤 있으나 물자부족에 따른 심각한 고민, 즉 체제유지의 위기감마저 토로하는 장면들은 당시의 사회 분위기를 이해하는데 좋은 재료가 될 것이다.
제7권에는 <경제경찰사무강습회 강습록>을 실었다. 이 책은 경제분야의 전문가와 총독부 당국자가 전시경제의 일반정세에서부터 개별 통제사례에 이르기까지 법령과 결부시켜 강의한 일종의 강의록이다. ‘전시통제경제에 대해’ ‘통제경제와 금융’ ‘조선의 물가통제의 요강에 대해‘가 총론이라면 ’陸運事業과 가격통제령에 대하여‘ 이하는 각론에 해당한다. 각론에서는 주요 품목별 가격통제와 집하?배급체계 등에 대해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