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해동(서울대 강사, 한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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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總督上京에 關한 건-中央政府와 交涉案件]이라는 1937년의 자료는 총독부 정책 가운데 중앙정부와 교섭을 통해 해결해야 할 현안이 어떤 것이었는가를 확인할 수 있다. 이어 朝鮮總督府 官方文書課에서 편집한 자료로 [極秘 朝鮮事情講演資料](1941.5)가 있다. 이를 통해서 1941년의 조선사정을 총독부가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는가를 파악할 수 있는데, 국민총력운동과 창씨개명 그리고 지원병제도의 정착이라는 과제가 1941년 총독부의 중요한 현안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中樞院會議 관련자료를 같이 편집하였는데, 朝鮮總督府 中樞院에서 편집한 [第二十一回中樞院會議各局部長演述](1940)과 역시 中樞院에서 편집한 [第二十二回中樞院會議參議答申書](1941)라는 두 권의 자료이다. 이는 사실 총독관련 자료로 보기는 힘든 것으로 원래는 따로 편집하였던 것이나, 자료의 분량 문제로 제25권으로 편집하였다. 중추원은 총독부의 자문기관으로서 조선의 舊慣과 制度에 관한 조사 연구를 담당하는 기관으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총독부는 일본의 통치에 협력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중추원을 조직함으로써, 일반 대중들에게 중추원은 '친일파'의 본산으로 인식되고 있었으며, 중추원의 참의는 협력행위에 대한 보상으로 주어지는 자리로 비난받았다. 따라서 중추원회의에서 행해지는 총독부 각국 부장의 연술은 아주 중요한 현안을 담고 있었고, 총독부의 질의에 대한 중추원 참의들의 답신은 아주 예민한 정책과 관련되어 있었다. 예를 들어 중추원에서는 조선의 민사관습을 확정하는 중요한 권한을 가지고 있었는데, 가장 중요한 민사관습의 법제적 변화라고 할 수 있는 1939년의 민사령 개정, 이른바 '창씨개명' 역시 중추원의 구관조사를 바탕으로 하고 있었다. 그리고 1940년 법무국장은 중추원회의에서의 연술을 통해서 조선인의 친족 상속에 관한 민사관습을 성문화하려는 의도가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1941년 총독부가 중추원 참의에게 자문한 사항은, 첫째로 총독부가 민정에 대하여 특히 유의해야 할 사항, 둘째로 남자로서 법정추정 호주 상속인이 없는 경우 여자가 호주 상속을 할 수 있는지 여부를 묻는 것이었다. 이런 예를 통해서도 우리는 중추원 관련 자료가 가진 중요성을 잘 이해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중추원의 활동을 정리한 보고서로 [朝鮮舊慣制度調査事業槪要](조선총독부 중추원, 1938)를 참고할 수 있다.

다음으로 제26권부터 28권까지의 총독과 정무총감의 [諭告, 訓示, 演述] 자료이다. 제26권에는 [諭告訓示演述總攬] 1집(1941년), 제27권에는 [諭告訓示演述總攬] 2집(1943年)과 高宮太平, [小磯統理의 展望] 1집(1943), 제28권에는 [小磯統理의 展望] 2집(1944), [小磯統理의 展望] 3집(1944)이 각각 편집되어 있다. 제26권과 27권 앞의 자료는 미나미 총독 시대의 총독과 정무총감의 연설자료이고, 27권 뒤의 자료와 28권의 자료는 고이소 총독 시대의 자료이다. [諭告, 訓示, 演述]은 이처럼 총독과 정무총감의 각종 연설문을 모은 자료로서 이 시기 총동원정책의 전체 윤곽을 파악하기 위해서 필수적인 자료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미나미 총독과 고이소 총독이 채택한 통치정책의 기본적 성격에 대해서 간략히 살펴보자. 미나미는 1936년에 취임하여 만 6년에 걸쳐 총독으로 재임하였다. 미나미는 종래의 계몽적·소극적 방침을 일소하고 '신동아' 건설에 대한 반도의 적극적 협력을 목표로 하고 있었는데, 이에 따라 반도의 2천4백만 민중을 급속히 황국신민화하는 것을 통치의 근본목표로 삼고 있었고, 나아가 대륙병참기지로서의 반도 건설을 기도하고 있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미나미는 1937년 통치의 기본방책으로 5대 정강을 내걸었는데, 1)國體明徵 2)鮮滿一如 3)敎學振興 4)農工竝進 5)庶政刷新이 그것이다. 먼저 국체명징은 황도정신을 철저히 보급함으로써 반도 민중의 황민화를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이를 위하여 교육령의 개정을 비롯하여 [황국신민의 서사] 제정, 부여신궁 조영 착수, 지원병제도와 창씨제도의 실시, 이어 징병제 실시를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다음으로 鮮滿一如를 내걸고 선만연락회의를 개최하고, 압록강과 두만강에 교량을 가설하고, [압록강 공동기술원 회사]를 조직하고, 압록강 수력발전 계획을 세우는 등 밀접한 선만관계를 획책하였다. 이어 교학진흥 노선에 바탕을 두고 1938년 4월 1일 조선 개정교육령을 실시하여 내선교육의 차별을 철폐하고, 초등교육기관의 급속한 확충을 실현하며, 국어의 상용 보급을 장려함으로써 황민화교육의 기초를 강화하고자 하였다. 네 번째의 정강으로서 농공병진은 만주침략 이래 급속한 발전을 이룬 공업과 재래의 농업을 조선 산업의 중심으로 삼아 반도를 대륙병참기지로 만들고, 지하자원 개발, 전력 개발, 산업증식계획의 재흥, 경제통제령의 발포 등 각종 시설을 실시함으로써 반도 산업의 전시 태세를 확립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서정쇄신을 내걸고 총독부 및 지방행정제도의 대대적 혁신을 수행하고, 1938년 국민정신총동원 조선연맹을 결성한 후, 1940년에는 이를 해소하고 국민총력연맹을 전개하여 반도 2천5백만 애국반의 총진군 태세를 수립하였다고 보고 있다. 이처럼 미나미는 조선에 전시 총동원체제를 수립하고 황민화정책을 본격적으로 실시한 총독으로 아주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