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해동(서울대 강사, 한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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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서}의 총독관계 자료는 제25권부터 제29권까지 모두 5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서는 이를 다시 3개의 소주제로 분류하였는데, 가)總督 [上奏書] 및 中樞院 관련 자료(제25권), 나)總督 [諭告, 訓示, 演述] 總攬(제26, 27, 28권), 다)總督, 政務總監 [引繼書](제29권)가 그것이다.

일본의 총력전 체제하 조선은 이른바 [전시체제]로 재편되었는데, 이 시기에 조선의 총독과 정무총감을 지낸 사람은 다음과 같다. 조선 총독은 미나미 지로(南次郞, 총독 재임기간 1936년 8월 5일-1942년 5월 29일), 고이소 구니아키(小磯國昭, 총독 재임기간 1942년 5월 29일-1944년 7월 22일), 아베 노부유키(阿部信行, 총독 재임기간 1944년 7월 24일-1945년 9월 28일)의 3인이다. 그리고 정무총감은 오노 로쿠이치로(大野綠一郞, 재임기간 1936년 8월 5일-1942년 5월 29일), 다나카 다케오(田中武雄, 재임기간 1942년 5월 29일-1944년 7월 24일), 곤도 류사쿠(近藤柳作, 재임기간 1944년 7월 24일-1945년 10월 24일)의 3인인데, 이 시기의 정무총감은 모두 총독의 재임과 그 운명을 같이하고 있다.

전시 체제하의 조선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조선 총독과 그의 정책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조선의 총독은 행정권은 물론이고 입법권, 즉 제령(制令) 제정권과 사법권을 가지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조선에 주둔하고 있던 2개 사단의 조선군을 지휘할 수 있는 권한도 보유하고 있었다. 1942년 내외지 행정일원화 조치로 인하여 조선 총독이 일본 내각의 지휘 감독을 받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조선 총독의 지위가 급속히 약화되었던 것은 아니다. 조선 총독은 조선에서는 일종의 초월적 권한을 가지고 있었던 셈이다. 그러므로 조선 통치의 성격을 확인하기 위하여 총독의 개인적 성향과 정책은 식민통치의 본질로서 빠뜨릴 수 없는 부분이며, 총독 관련 자료가 가지는 중요성을 또한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미나미는 중일전쟁 발발 직전에 부임하여 중일전쟁 직후부터 조선을 강력한 전시동원체제로 재편함으로써 '조선의 히틀러'로 불렸던 인물이다. 조선을 전시동원체제로 재편하기 위해서 조선인을 [황국신민]으로 만드는 것이 필수적인 전제였을 터인데, 이를 위하여 추진한 것이 바로 황국신민화정책이다. 미나미가 추진한 황국신민화정책이 차별을 전제로 한 강력한 동화정책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는 것이지만, 그 동화에는 여러 가지 [국민화] 정책이 수반되게 마련이다. 전시동원정책과 이를 추진하기 위한 황국신민화정책을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미나미가 추진한 정책의 본질을 먼저 이해해야만 한다.

여기서 먼저 [오노(大野綠一郞)문서]의 성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오노문서]란 1936년부터 1942년까지 조선의 정무총감을 지낸 오노가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던 자료인데, 본인의 사후 그의 가족이 일본 국회도서관 헌정자료실에 기증함으로써 공개된 것이다. 오노문서에는 소장자의 성격상 극비의 조선관계 사료가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가운데 배재대학의 강창일 교수가 조선관계 자료를 복사해옴으로써 비로소 우리가 접할 수 있게 되었다(미나미 총독과 오노 정무총감에 대해서는 강창일 교수의 {제국의회 설명자료} [해설] 참조).

{총독관계 자료}는 2가지 종류의 자료로 이루어져 있다. 하나는 오노문서에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上奏書]류와 [引繼書]류의 자료이고, 다른 하나는 총독과 정무총감의 [諭告, 訓示, 演述] 자료이다. 하지만 자료의 성격상 이번 자료집은 명백한 제한을 가질 수밖에 없었는데, 먼저 [상주서] [인계서] 등의 극비자료는 오노문서에 소재한 것 이상을 발굴하기 어려웠다는 사정이 있었다. 그러므로 상주서와 인계서는 미나미 총독과 관련된 자료에 한정되어 있다. 앞으로 고이소와 아베의 자료를 찾는 것이 우리의 연구를 진척시키는 과제와 직결되어 있다 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유고, 훈시, 연술]류 역시 총독부측에서 편집한 자료로서 마지막 총독의 [유고, 훈시, 연술] 자료는 찾을 수 없었다. 패전의 혼란 가운데서 편집의 여유를 갖지 못했던 듯하다. 따라서 여기에는 미나미 총독과 고이소 총독의 연설관계 자료만 수록되어 있다.

이제 각권별로 자료의 성격을 들여다 보도록 하자. 제25권은 上奏書와 기타 자료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각의 자료를 살펴보자. 먼저 상주서는 6건의 자료로 이루어져 있다. 미나미가 총독으로 재직하던 기간인 1936년부터 1942년 사이에 1936년을 제외하면 매년 1건의 상주서가 남아 있다. 상주서는 총독이 일본 본국의 [천황]을 알현할 때 보고한 자료이다. 그러므로 조선 통치와 관련한 최고급 정보가 들어 있다고 할 수 있을 터이다. 하지만 상주서는 총독이 천황에게 조선 통치의 전체적 상황을 상주한다는 자료의 성격상 세세한 보고는 생략되어 있다. 그 반면에 총독부 정책의 전체적 기조를 파악하는 데에는 아주 유효하다. 예를 들어 1938년의 상주서를 보면 중일전쟁 이후 조선을 전시 총동원체제로 변화시켜가는 전체적 방향을 잘 파악할 수 있으며, 1939년의 한해가 심각한 시기였음을 1940년의 상주서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1941년의 총독부 정책은 민심의 안정과 생산력 확충, 그리고 鮮滿一如를 강조하는 데 놓여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