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해동(서울대 강사, 한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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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고이소 통치의 성격을 살펴보자.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은 이제 통치가 아니라 '統理'라는 조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統理라는 용어는 총독부의 정책이 조선이라는 식민지를 대상으로 한 통치행위가 아니라, 내선일체를 통해서 황국신민화한 반도, 즉 국민에 대한 정치행위라는 의미를 강조하고자 하는 맥락에서 만든 조어일 터이다. 이는 조선이라는 통칭을 반도라는 지리적 특징을 표현하는 용어로 변경한 것과 동일한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 내선일체의 완성을 통한 황국신민화를 통치의 목표로 삼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발상이다.

고이소는 통치의 기본 강령을 [國體本意의 透徹에 의한 道義朝鮮의 建設]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조선인을 皇民으로 鍊成하는 것도 국체본의의 투철에 의하여 가능하다고 단언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양성이라든지 육성이라는 개념이 아니라 '鍊成'이라는 개념을 사용한 것 역시 철저한 전시체제의 산물이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연성이라는 단어는 결전에 대비하여 철과 같이 심신을 단련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즉 고이소는 미나미 통치를 이어받아 決戰에 대비하기 위하여 조선인을 황민으로 적극적으로 연성하는 것을 통치 최대의 목표로 삼고 있었고, 이는 국체의 본의를 철저히 파악하는 것에 의하여 가능하다고 본 것이었다. 국체가 천황제를 중심으로 한 파시스트 통치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천황제군국주의 통치를 위하여 조선인을 황민으로 단련시키는 것은 고이소 통치의 궁극적인 목표였던 것이다.

참고로 총독부 설치 이후, 이전 총독이나 정무총감의 유고, 훈시, 연술 자료집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총독 통치의 제1기는 테라우치(寺內正毅) 총독 시대(1910년 10월 1일, 專任 1911년 8월 21일-1916년 10월 9일)이다. 이 시기의 총독 연설은 두 권의 {총독 훈시집}(1집 1913년 간, 2집 1916년 간)으로 편집되어 있어 쉽게 구할 수 있다. 테라우치 총독의 각종 연설은 두 권의 편집된 자료를 참조할 수 있는 것이다. 제2기는 하세가와(長谷川好道) 총독 시대(1916년 10월 16일-1919년 8월 12일)인데, 제1기와 2기에 걸쳐 정무총감을 지낸 사람은 일본 유신의 공로로 군대를 지배하고 원로와 정치를 주무르고 있던 죠슈(長州)벌 출신의 야마가타 아리토모(山縣有朋)의 아들인 야마가타(山縣伊三郞, 1910년 10월 1일-1919년 8월 12일)였다. 아마 하세가와 총독의 연설 자료도 편집되었을 것이 분명하지만, 우리는 아직 그것을 확인하지는 못했다. 따라서 테라우치의 연설을 보기 위해서는 조선총독부 기관지로 나오고 있던 {조선휘보}와 {조선}이라는 월간 잡지에 실린 총독의 연설을 일일이 검토해야 한다.

총독 통치의 제3기는 사이토(齋藤實) 총독 시대(1919년 8월 12일-1927년 12월 10일)로 우가키(宇垣一成) 총독대리 시대(1927년 4월 15일-1927년 10월 1일)와 제2차 사이토 총독 시대(1929년 8월 17일-1931년 6월 17일)를 합치면 사이토의 재임기간이 가장 길었다. 이 시기의 정무총감으로는 미즈노(水野鍊太郞, 1919년 8월 12일-1922년 6월 12일), 아리요시(有吉忠一, 1922년 6월 15일-1924년 7월 4일), 시타오카(下岡忠治, 1924년 7월 4일-1925년 11월 22일), 유아사(湯淺倉平, 1925년 12월 3일-1927년 12월 23일) 등이었다. 제2차 총독 시대의 정무총감 고다마(兒玉秀雄, 1929년 6월 22일-1931년 6월 19일)를 합치면 모두 5명의 정무총감이 사이토 총독 시대에 재임하였다. 이 시기의 총독과 정무총감의 각종 연설은 두 권의 자료집으로 편집되어 있어 참고할 수 있다. {朝鮮施政에 關한 諭告 訓示 및 演述集}(1집 1922년간, 2집 1927년간)이 그것이다.

총독 통치의 제4기는 야마나시(山梨半造) 총독 시대(1927년 12월 10일-1929년 8월 17일)로 정무총감은 이케우치(池上四郞, 1927년 12월 23일-1929년 4월 4일)였다. 이어 제6기 총독은 우가키(宇垣一成)로 그는 1931년 6월 17일부터 1936년 8월 5일까지 재임하였고, 그의 밑에서 정무총감을 지낸 사람은 이마이다(今井田淸德, 1931년 6월 19일-1936년 8월 5일)였다. 이 시기의 총독과 정무총감 연설 관련 자료는 1937년에 간행된 {朝鮮施政에 關한 諭告 訓示 및 演述集}을 참조할 수 있다. 그리고 미나미 총독 이후의 총독 정무총감 연설관련 자료는 위에서 본 바와 마찬가지로 이 자료집에 수록되어 있다. 이렇게 본다면, 하세가와 총독 시대(1916-1919년)의 자료와 아베 총독 시대의 연설을 제외하면 모두 편집되어 자료집으로 간행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제29권은 두 건의 引繼文書로 구성되어 있다. [引繼書]는 총독의 인수인계시에 작성한 문서로 1936년과 1942년에 새로운 총독이 취임할 때에 작성된 것이다. 1936년의 인계서는 미나미 총독이 취임할 때에 우가키 총독과의 사이에 사무의 인수인계를 위하여 작성된 것이고, 1942년의 인계서는 고이소 총독이 취임할 때에 새로운 정무총감 다나카 다케오(田中武雄)와 오오노 로쿠이치로(大野綠一郞) 정무총감 사이의 사무 인수인계를 위해 작성된 것이다. 이 인계서는 앞의 상주서와는 달리 인수인계 문서로서의 특성을 잘 반영하고 있는데, 아주 세세한 부분에 걸쳐 정책의 현안과 미결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