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해동(서울대 강사, 한국사)

4/6

다) 戶籍政策(제35권, 제36권)

호적이란 무엇인가? 호적은 조선인의 신분관계를 규정하는 기본적인 제도이다. 일제가 시행한 民籍과 호적은 먼저 신분관계를 규제하거나 변화를 추동함으로써 조선인의 사회적 질서를 의도된 방향으로 끌어가고자 하였다. 따라서 호적의 변화를 통하여 일제의 가족 친족정책과 법제의 변화를 이해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이에 대한 조선인의 대응과 사회구성과의 상호작용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호적은 역시 일제가 조선인 호구와 인구를 파악하는 법제적인 기본규정이다. 나아가 호구를 통한 조선인 개개인의 효과적인 파악을 통하여 지배정책의 효과적인 침투와 동화를 의도하는 중요한 기제라고 할 것이다. 일제의 노동력 강제동원정책에 따른 인구이동의 급격한 변화를 호적이 감당하지 못함으로써, 후에 조선기류계령을 발포하게 되는 것도 호적의 이러한 측면, 즉 호구와 인구파악의 경성적인 측면에 연유한 것이라 할 것이다.

또한 호적법은 조선인의 국적 규정을 대신함으로써 조선인의 외연을 규정하는 역할을 담당하였다. 그러나 국적 규정으로서의 호적의 역할은 조선인을 동원해야 하는 필요성에 부딪칠 때는 변화가 요구되는 것이지만, 일제는 본국의 국적법과는 다른 별도의 조선 호적법을 유지하였다. 여기에서도 일제의 동화정책이 가진 차별성을 볼 수 있는데, 이른바 일제의 조선인에 대한 포섭과 배제의 양면성을 호적령이 극적으로 체현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측면은 본적, 혼인, 이혼, 입양, 인지 등의 측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시기에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창씨개명정책을 추진하면서 일차적으로 호적의 기재양식을 변화시켜야 했다. 특히 징병제 시행을 위해서는 호적을 정비할 필요성이 더욱 증가하였다. 1942년 5월에 1944년부터 조선에 징병제를 실시할 것을 발표한 뒤 총독부에서는 징병제시행준비위원회를 설치하였다. 여기에서는 징병제 시행을 위한 준비 조처로서 호적의 정비와 '국어'(일어)의 보급 그리고 청년의 훈련을 꼽고 있었다. 호적을 정비하는 일이 징병의 기반이 된다고 보고 있었던 것이다. 1942년 현재 조선인 중 무적자가 전체 조선인의 5할에 달한다고 보고 있었고, 이 시기에는 각종 인적 자원의 동원정책으로 인하여 인구의 이동이 매우 심했으므로 호적을 정비할 필요성은 더욱 증가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호적이 가지는 인구 파악에서의 경성적 측면을 보완하기 위하여 1942년 조선기류령을 공포하여 10월 10일부터 이를 시행하였다. 총독부에서는 이와 아울러 전조선 애국반의 총력운동을 통하여 한 사람이라도 就籍과 기류계에서 누설되지 않도록 하고 있었던 것이다. 기류제도가 해방 이후 도민증제도, 나아가 주민등록제도로 이어지게 되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제35권에는 朝鮮戶籍協會에서 발행한 {朝鮮 戶籍 및 寄留 例規}(1943)를 수록하였다. 이 자료에는 호적 관련 법규와 호적 및 기류의 시행절차가 자세하게 해설되어 있다.

제36권에는 세 가지의 자료가 수록되어 있는데, 첫번째 자료는 오노문서에서 발굴한 것으로 총독부에서 작성한 [戶籍整備에 關한 書類]이다. 1) [戶籍整備의 要綱](1942년 4월), 2)[戶籍整備를 위한 府邑面吏員 增置費 補助에 요하는 經費의 說明], 3)[無籍者의 就籍.寄留에 關한 事務處理 需要費의 설명]이라는 3개의 자료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가운데 첫번째 자료는 1942년 호적 정비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호적 관련 사무를 전체적으로 지도하는 기관으로 조선호적협회를 창립할 것을 결정하고 있다. 역시 호적사무의 원활한 처리를 위해서는 인원과 비용을 증가시켜야 했고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것이었음을 다음의 두 자료를 통해 엿볼 수 있다. 두 번째 자료는 朝鮮戶籍協會, {朝鮮戶籍 및 寄留屆書式集}(1944)이고 세 번째 자료는 역시 朝鮮戶籍協會, {朝鮮戶籍 및 寄留 質疑回答集錄}(1944)이라는 자료이다. 마지막 자료는 조선호적협회에서 발행하던 {戶籍}이라는 잡지에 1941년부터 1944년까지 수록된 호적과 관련한 질의회답을 모은 자료집이다. 우리는 이를 통하여 호적과 관련한 제도가 매우 까다롭고 번거로운 것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Previous ◀ ▶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