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한(명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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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권≫에는 녹기연맹에서 간행한 ≪今日の朝鮮問題講座≫(전6권)를 실었다. 녹기연맹의 이 시리즈는 비교적 많이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총동원 정책의 논리를 종합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자료라 판단되어 수록하였다. "내선일체의 깃발 아래 약진 조선의 제문제의 실체를 구명함은 반도 2천 3백만 국민 앞에 닥친 급무임과 동시에 또한 전일본 국민이 결(缺)해서는 안 될 중대사이다 ……. 반도 스스로가 그 중책을 깨닫고 또한 전일본 및 동아가, 반도가 지니는 깊은 의미를 이해하는 데에 조금이나마 공헌"(동서 1권 4쪽)하고자 이 시리즈를 출간했다는 녹기연맹의 표현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책은 대중용 사상교육·선전책자로서의 성격을 지닌다.

시리즈 1권에 해당하는 {내선일체의 기본이념}은 녹기연맹 주간인 쓰다 쓰요시(津田剛)가 저술한 것으로, [내선일체의 발흥과 그 필연성] [내선일체론의 기본이념으로서의 일본국체] [소화 신일본 및 세계 신질서 건설에 있어서의 내선일체의 의의]라는 3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내선일체론의 기본이념인 [일본국체]를 "덕(德)과 화(和)의 사회원리에 의한 불멸의 발전 사회"라는 개념구조로 설명하고 이러한 일본적 질서를 가지고 세계를 재편성한다는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선일체가 이미 세계대전을 앞두고 제국주의 침략의 근본이념으로 자리잡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 하겠다. 내선일체론의 이념적 내용을 간명하게 이해하는 데에 유용한 자료이다.

2권인 {대륙병참기지론 해설}은 경성제대교수로 조선총독부의 전시경제체제 구축에 이론적 기반을 제공하였던 스즈키 다케오(鈴木武雄)가 쓴 것으로 병참기지론을 포괄적이고도 평이하게 소개하고 있는 자료이다. 이 책은 문답식 기술방식을 취하면서 병참기지론을 그 의의에서 산업정책의 근본지침으로서의 성격에 이르기까지 단계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 자료에 의하면 "대륙병참기지론은 내선일체론과 동질의 것으로, 내선일체론이 정신적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면 대륙병참기지론은 물적·경제적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고 이해할 수 있다"(동서 34쪽)고 하여, 병참기지론이 일제의 이른바 농공병진정책의 이론적 표현이었음을 알 수 있게 해준다.

3권에는 {학제개혁과 의무교육의 문제}와 {지원병제도의 현상과 장래의 전망}이 실려 있다. 앞의 {학제개혁과 의무교육의 문제}는 총독부 학무과장인 야기 노부오(八木信雄)가 지은 책으로, 5대 정강의 하나인 교학쇄신의 근본정신 및 그 구체적인 실현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원병제도의 현상과 장래의 전망}은 조선총독부 육군지원자훈련소 교수인 아마다 가나메(海田要)가 지은 것으로 특별지원병의 정신과 그 제도실시상황이 개술되어 있다. 특히 제도실시의 현황에 대해서는 훈련소에서의 교육상황, 지원자의 도별·연령별·직업별 통계, 지원병 입영 후의 상황, 지원병 격려후원상황 등이 소개되어 있고 부록으로 훈련소 관계법령도 실려 있다. 특별지원병제도 실시의 개략을 이해하는 데에 유용한 자료이다.

제4권 {조선사상계 개관}은 녹기일본문화연구소에서 간행한 것으로 일제의 한국강점에서 1930년대 후반까지의 사상동향을 정리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1930년대 후반까지의 조선사상계를 한국병합반대운동, 민족자결주의운동, 공산주의운동, 동요모색시대라는 흐름으로 정리한 후 만주사변 이후의 사상계를 내선일체운동의 시대로 규정한다. 내선일체운동에 대해서는 다른 자료와 마찬가지로 국민정신총동원조선연맹, 사상보국연맹, 방공협회 및 기타 민간에서의 내선일체운동으로 구분하여 기술하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민간에서의 내선일체운동 부분인데 여기에는 녹기연맹, 동양지광사, 목요회, 대동일진회, 부인문제연구회, 조선문인협회 등이 소개되어 있다. 친일 문제와 관련하여서도 일독이 필요한 부분이라 하겠다.
시리즈 5권인 {현대 조선의 생활과 그 개선}은 녹기연맹 부인부의 쓰다 세쓰코(津田節子)가 경기고등여자학교 교유(校諭) 손정규(孫貞圭), 성신여학교 교유 조기홍(趙圻烘)과 함께 [도회에서의 가정생활의 개선]에 대해 좌담한 내용과, 숙명여자전문학교 교수 임숙재(任淑宰)와 [농촌에서의 가정생활의 개선]에 대해 좌담한 내용을 녹취한 것이다. 내용구성은 색복 장려 등의 의복문제, 식사형식 등의 문제, 거주환경의 청결문제, 관혼상제의 폐습문제 등으로 되어 있는데, 의복 그림이나 사진 등이 같이 실려 있어 단편적이고 왜곡된 것이기는 하지만 흥미를 끄는 자료이다.

끝으로 {국사와 조선}은 녹기일본문화연구소원이자 {조선 종전의 기록}으로 유명한 모리타 요시오(森田芳夫)가 지은 것으로 황국사관에 입각한 한국사 서술의 전형을 보여주는 책이다. "조선사는 국사(일본사)의 분야에서 극히 중요한 특수사이다"라고 시작되는 이 책은 [언어유물·신화전설상의 한일간의 친연성(親緣性)] [신공황후(神功皇后)의 신라 친정(親征)] [임나일본부] [야마토개신(大和改新)과 일본의 백제 구원] [전근대시기의 조선인의 일본동화]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반도출병] [메이지유신과 아시아를 지키는 일본의 약진] [백인침략방위를 위한 러일전쟁] [한국병합] [일본의 세계사 전환의 수행과 내선일체운동] 등 황국사관의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있다. 일본의 조선역사 말살정책의 단면을 보여주는 자료라 하겠다.


이상으로 ≪총동원 정책≫의 각 권에 수록된 자료에 대해 소개해 보았다. 자료집 이용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다만 아쉬움으로 남는 것은 아직 사료 발굴이 미진하여 이 분야를 종합적·체계적·구체적으로 연구하기에는 양적·질적으로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총동원 정책과 관련하여 각종 회의자료 및 정책입안 관련자료들이 발굴되지 못한 것, 총동원 단체와 관련하여 지방조직에서 편찬한 자료 및 사례자료들이 충분히 제공되지 못한 것 등은 시급히 보완되어야 하리라 생각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최소한의 수준이기는 하지만 기초자료의 제공으로 인하여 연구가 진척된다면 본 총서가 지니는 이러한 한계도 점차 극복되어 가리라 기대해 본다.